DDG 두두개러지

Hyundai

제네시스 GV80 2.5 시승기
Woobin Hwang
Woobin HwangNov 15, 2025
Hyundai

제네시스 GV80 2.5 시승기입니다.

19인치 기본 휠, 2.5 터보, 사륜구동, SDS1, 파퓰러 패키지, B&O 사운드 등 시승차 치곤 좋은 옵션 구성입니다.

차량을 시승하기에 앞서.. 우선 쇼룸에서 본 GV80의 퀄리티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대시보드 마감, 내장재 단차, 실내 가죽질감, 엔진룸 플라스틱 커버 등 전체적인 만듦새는 동급인 BMW X5, 벤츠 GLE와 비교해 보아도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헤드라이너의 스웨이드 재질은 카이엔 베이스 모델보다도 고급스럽습니다.

시승차와는 다른 옵션 등급이라서 비교가 더 되었는데, 구매하실 분은 150 더 내시고 SDS2로 가세요. 품질 차이가 정말 많이 납니다.

시승차로 돌아와서..

<실내와 운전질감>

SDS1이 적용된 실내입니다. 단차는 훌륭했지만, 핸들 에어백 커버가 플라스틱이고 SDS2와 다르게 투톤이 아닌 점에서 확 다운그레이드가 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앰비언트 라이팅이 적당히 사용되었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컵홀더 라이트가 컵에 은은하게 비춘다는 점, 그리고 곳곳에 차가운 알루미늄 재질이 사용되어 (도어 손잡이, 글로브박스, 볼륨 버튼 등등) 훨씬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카플레이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분할 스크린이 됩니다. 위 사진과 같이 하나의 스크린을 임의로 분할하여 베젤을 만드는데 상당히 자연스럽고 깔끔합니다. 하지만 인포테인먼트가 렉이 많이 걸립니다. 다이얼을 조금만 빨리 돌려도 버벅이고 몇 초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운전 중 부득이하게 조작할 일이 있을 때 상당히 거슬립니다. 그렇다고 터치하기에 편한 위치도 아닙니다(운전 중 팔을 뻗으면 위험해질 정도로 시트와 멉니다). UI는 훌륭하나 타 브랜드에 비해 최적화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음으로 증강현실 네비가 있습니다. 계기판에 차선과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띄워주는데 지금 차선을 잘 따라가고 있다 정도 얘기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걸 항상 띄우고 다니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짧은 시승이었어서 그렇게 느꼈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HUD로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이미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입니다. 해상도도 훌륭하고 화면이 큽니다. 다음으론 반자율주행입니다. ACC와 차선유지 기능이 BMW나 벤츠에 비해 매우 뛰어나게 작동합니다. 저속에서 차선을 엄청 빨리 인식하고, 코너도 타 브랜드와 비슷한 안정감으로 돌아줍니다. 시내주행이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특히 저속 크루즈, 차선인식 기능에 대한 안정성은 엄청난 이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볼륨조절 편합니다. 비상등 켜기 편합니다. 에어컨 온도조절 하기 편합니다. 볼륨이나 온도조절은 다이얼이 살아있는 게 훨씬 편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공조기 방향 컨트롤도 비교적 직관적이고 사용법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Off/Auto/Sync와 같은 버튼들은 누르면 햅틱 피드백이 기분좋게 느껴지며 포르쉐 타이칸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GV80은 양쪽 앞 휀다 쪽에도 방향지시등이 들어오는데, 360도 LED라서 빛이 은은하게 주변 물체에 반사됩니다. 그래서 비상등을 켜면 실내에서 360도 빛이 감싸주는 느낌을 받습니다. 옆에 있는 벽이나, 반대쪽에 있는 차, 백미러를 보면 보이는 뒷 차까지 은은하게 빛나는데 이 느낌이 엄청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네시스만의 반 템포 느린 방향지시등 작동 박자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제 휴대폰이 큰 편인데, 무선충전 트레이에 운전 중에도 어렵지 않게 위치에 놓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넣어두고 겉 커버가 아무런 간섭 없이 깔끔히 닫힌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제가 경험한 차들은 충전이 불안정하여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차는 안정적이었던 걸 봐서 신경을 좀 썼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단으로 조절되는 핸들 열선은 확연히 차이가 느껴져 적당히 추울 때엔 1단만 켜도 되도록 세세한 컨트롤을 제공합니다.

B&O의 18스피커 시스템은 국산차 치고는 훌륭했습니다. 돌비 에트모스 사운드 프로파일은 체험 트랙이나 지원하는 파일에서 높은 수준의 공간감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듣는 하이파이 음악들은 약간 밍밍합니다. BMW의 하만카돈 하위호환 정도로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랐던 디테일은 암레스트 열선입니다. 신형부터 적용되는 암레스트 열선인데, 운전석 열선만 켜면 운전석 쪽만 따뜻해집니다. 운전적 3단, 조수석 1단 놓으면 그대로 반영됩니다. 나뉘어져 있는 두 부분 말고도 맨 앞에 있는 익스텐션 파츠도 따뜻해져 디테일에 놀랐습니다.

다음은 어라운드 뷰 및 후방카메라입니다. 요즘 나오는 차들과 같은 수준의 화질입니다. 특출난 그래픽이나 디테일은 없고, 360도 화면은 마트 주차나 백화점 주차할 때 쓸 겨를도 없습니다. 아쉬울 것 없이 “후방카메라”와 “어라운드뷰”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다합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운전질감과 승차감입니다. 2.5 엔진은 핸들에 진동이 올라오고, 급가속을 하면 소음이 필터링을 뚫고 들어옵니다. 드라이빙을 위한 세팅이라기엔 차가 안 나갑니다. 시승차가 19인치 휠에 두꺼운 타이어라 당연히 편안한 승차감일거라는 전제를 깔고 시승을 시작했던 터라, 이 승차감은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습니다.

요철을 잘 걸러내지 못하는데, 그렇다고 코너링이 날카롭지도 않습니다. 공사중인 구간을 지나갈 땐 썬루프도 없는 찬데 뒷통수에서 불쾌한 실내 잡소리가 들려옵니다. 편하지도 빠르지도 않은 그냥 현대차라는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제원상 300마력인데, 실 체감은 200마력도 안 되는 실망스러운 펀치력이었습니다.

스포츠 모드에 놓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차량은 울컥거리고, 패들쉬프트는 반응이 너무 느립니다. 엔진 소리는 실내로 잘 들어오는데 차는 안 나갑니다.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습니다.

P→R→N→D 변경할때도 차량이 약간씩 울컥거리는데 이 느낌도 불쾌했습니다. 차량의 디자인, 빌드 퀄리티, 사용된 재질들에 앞서 감동을 받았었는데, 바퀴가 굴러가자마자 8천이 넘는 신차가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건 편안한 승차감, 정숙성을 중시하시는 분, 스포티한 운전질감을 중시하시는 분 양쪽 다 실망스럽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외장>

예쁩니다. 크롬 화려하게 많이 들어갔고 튼튼해 보입니다. 그런데 19인치 휠은 못생겼습니다. 차량 잠금해제 하면 웰컴라이트 화려합니다. 파란색은 조금 촌스러우니 색상 선택할 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은은한 어두운 청색보단 용달블루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페리되면서 앞이 많이 예뻐졌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이 크기의 타 브랜드 차종들과 비교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부실한 와이퍼암이나 엔진룸만 열어도 보이는 “현대기아” 스티커들이 애교로 보일 정도로 재질, 만듦새, 디자인, 나아가서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를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 - 내/외장 정도는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럭셔리 브랜드 - 독삼사, 포르쉐 등등 크게 뒤쳐진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자동차를 “이동수단”의 목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세세한 승차감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a→b로 나와 내 가족을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고급스러운 SUV 인 듯 합니다. 고장률이 외제차에 비해 적고, 수리가 용이하며, 공급이 많고 감가율이 적은 합리적인 차량입니다. 하지만 X5나 GLE에서 기변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꼭 시승을 권하고 싶습니다. 독일차와는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도로에서 무시받지 않고, 끼어들기에 어려움이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인식은 생기지 않을 차량입니다. 과하지 않고 고급스러우며, 국산이라 유지비 부담이 적고(5년/10만 보증 + 연장 가능), 회사 이미지도 살리기 쉬운 “제네시스”의 브랜드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이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